늘모자란, 인생 :: [2024] 마산-창원 2박 3일 여행 [형제횟집, 꼬치친구, 브라운도트 오동점, 광포복집, 돝섬과 유람선, 서진돼지국밥]

늘모자란, 인생

나에게는 싴갤러스라는 이름의 운영중인 사이트가 있다
햇수로만 13년차고, 내년이면 14년차가 된다.

싴갤러스를 시작하기 전 부터 알고 있던, 아직도 나한테 말을 까는 지인인지 동생인지가 있고 싴갤러스라는 사이트를 만드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보통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내 덩치에 밀려서 존댓말을 하던데 이 인간은 예외가 없는점이 참 한결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에 살아서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아주 괘씸하게도 청첩장을 들고 서울에 나타나서 그때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다.


(많이 생색이지만)
다른 관리자들한테는 평소에 밥도 많이 사주고 해서, 청첩장을 주는 자리도 내가 비용을 지불했고 후식도 내가 냈다. 아침도 맥여서 돌려보내고 싶었는데 그건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못했다. 아무튼 그정도로 마음 한 구석에 어느정도 고마움을 차지하고 있는 인간이라는것이다. 싴갤러스는 내 인생에 있어 단순한 취미가 아니고, 어떻게 보면 내 인생을 관통하는 부분이 있기때문이다.


처음에 청첩장을 받았을때 당연히 가야지 라고 생각하다가도, 결혼식을 창원까지 가는게 맞나?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나는 그 생각을 이겨내기 위해 명분을 하나 더 만들었다. 애초에 여행을 가버리자, 그리고 겸사겸사 결혼식을 가면되는것이 아닌가?
그리고 축의금도 많이해서 아주 간지나는 인상으로 깊히 남아버리자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전략을 세우고 여행 계획을 시작했다

위치 선정

식장을 보니 마산과 창원중앙역 중간에 있기에 그 사이에 숙소를 잡아보자, 이왕이면 바다와 가까운곳이 좋겠다 싶어 마산의 어시장 근처에 있는 브라운 도트 호텔로 예약했다.

지금 생각해도 나쁘지 않은 결정이었던것 같다. 조금만 나가면 바다였고, 복 거리도 가까웠어서 크게 불편함을 느낀점은 없다. 방 컨디션도 굉장히 좋았어서, 서울 물가로 생각하면 한참 싼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방에 내려와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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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무봤나촌닭도 주문해서 먹어봤는데 그냥 그랬다.. 흠... 

형제 횟집

서울에서 마산역까지는 3시간이 소요되었다. 사실 KTX가 마산까지 간다는 사실도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됐다.
꽤 멀었다. 차라리 비행기를 이용한게 덜 피곤했을지도 모르겠다. 마산역에 도착할때쯤 이 친구가 마중을 나와서 바로 차로 향했는데 차에는 예비 신부가 앉아 계셨다. 동행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래도 당황하지않으려고 마음속으로 애썼던것 같다

나는 낯도 많이 가리고 I인데 나이도 많은 인간이 막 말도 못하고 그러면 안될것 같아서 기차에서 이름도 외우고 몇살이더라 직업은 뭐더라 생각했다. 근데 내가 상대를 너무 많이 알고 있으면 대화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너무 자기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어서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 뭐 별에별 생각을 다하다가 결론은 그냥 난 하나도 모르는척 하기로 전략을 세웠다. 딱 이름만 아는걸로 하자고. 그건 청첩장에 있으니까

아무튼 뭐 내가 있건말건 앞에서 막 대화를 하는데 제발 빨리 술을 먹어야 어색함이 덜해질 것 같단 생각밖에 안들었고, 간신히 주차를 하고 한 횟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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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 구성이 괜찮았다. 스끼다시도 많이 나오고, 막장이 있어서 아 내가 경상도에 오긴 왔구나 생각했다
뭐 이래저래 얘기도 하고 꽤 마셨는데 2차를 가자고 해서 자리를 옮겼는데...

꼬치친구

서울에서는 본적없는 뷔페형식의 꼬치집을 발견해서 들어갔다. 가까이 있기도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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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꼬치집이었는데 좀 더 바리에이션을 줘서 삼겹살이나 치즈 뭐 기타 등등 회전초밥을 접목한듯 했다. (꼬치 뒤에 가격을 의미하는 표식이 달려있음) 개인적으로는 그냥 그런 느낌이었고 연태고량주에 맥주를 말아먹다가 예비 신부가 KO 당하시면서... 자리를 파하게 되었다. 식당자체는... 추천하기가 어렵다

보통 신랑측 사람이 신부와 얘기를 나누는 경우는 드물다 못해 없다고 생각한다. 식사할때 가볍게 인사하는정도?
근데 나는 이틀전에 내려와서 술잔을 기울이면서 부부가 될 두 사람과 얘길하고 있자니 참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생각했다.
내가 몰랐던 이 친구의 여러 면모를 알게된다던가,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술잔을 기울였던 것 같다. 개인적인 감상을 더하자면 이 친구에게는 지나치게 과분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ㅋㅋ 예비 신부가 성격이 밝고, 이해심도 있는듯 해서 성사될 수 있던 결혼이 아닌가 뭐 그런 생각. 둘이 잘 살겠구나 등 여러 생각을 하면서 숙소에 체크인하고 잠들었다

광포복집

아침에 일어나니 딱히 숙취도 없었지만 해장은 의식같은거라 국밥집같은거 없나? 살펴보다가 숙소 근처에 복 특화거리가 있단걸 알았다. 리뷰를 이것저것 보다가 유독 튀는 한군데가 있어서 방문해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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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리는 지난 제주도 여행에서 대도식당에서 먹어봤기때문에 주저없이 참복을 선택했다. 분명히 숙취가 없는데도 막 땀이 났다.
혼자 먹기엔 좀 양이 많았던것 같지만 나는 기어코 다 먹고 나왔다. 가격은 좀 셌던것 같다. 해장술을 한병 때렸는지 안때렸는지 기억이 안난다. 사진에 술병이 없는거보니 안먹은거 같긴한데 좀 얼큰한 느낌이어서 마셨을수도 ...

돝섬

스타벅스에 들려서 거대한 아메리카노 하나 든채로 항만을 걷기로 했다. 고요한 가운데 들리는 갈매기소리와 반짝이는 윤슬을 보고 있자니 역시 바다가 최고라는 생각을 했다. 매일 보면 질리려나? 하지만 꼭 바닷가에 살아보고 싶다. 어시장에서는 평일 아침이나 낮에 경매를 하는듯 한데 물기하나 없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수조를 보고 감탄했다. 좀 이상한 포인트일 수 있겠지만 비린내하나 안나는게 신기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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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걷다가 돌아가야되나 생각하던 찰나에 뜬금없이 유람선이 나타났다
돝섬이라는곳에 간다고 한다. 모르면 몰랐지 배를 탈수있다는데 안 탈 이유가 있나? 나는 바로 돝섬으로 향했다. 이런것이 내가 추구하는, 할땐 해야하는 '작은 여행' 이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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돝섬에는 여러 컨텐츠들이 있지만 나는 그냥 섬을 한바퀴 천천히, 진짜 천천히 걷기로 했다.
자꾸 나를 괴롭히는 여러 일들이 있어서 생각정리도 필요했고 조용한곳에서 파도 소리와 새소리를 듣고 있다보니 마음이 안정되었다.
실제로 이때 중요한 결단을 내리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건 따로 영상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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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곧 있을 해킹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기원했던것 같다.
다 지나고 나서 쓰는 일이지만 좀 더 간절하게 기원했어야되지 않나 싶다. (2등했다)

서진돼지국밥

돝섬에서 한시간 반쯤 시간을 보내고 육지(?)로 돌아왔다. 축의금도 뽑고 일단 숙소에 돌아가 앉아있었더니 밥을 안먹은지 너무 오랜시간이 지나있었다. 계획대로 회에 소주한잔 마실까 하다가.. 그냥 국밥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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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근처에 국밥집은 세갠가 있었는데 두군데는 너무 화려한 느낌이라 로컬 맛집으로 보이는 서진돼지국밥을 선택했다.
국밥은 그냥 국밥맛인데 수육이 말이 안되었다. 수육 소짜로 시킨게 아주 큰 실수였다.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꼭 추천하고 싶다.
이게 로컬 맛집이지.

숙소로 돌아와서는 아침일찍 결혼식을 가야했기에 침대에 바로 누웠으나 오전 약속 공포증이 도져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엄청 뒤척이다가 결국 넷플릭스 드라마도 보고, 무봤나 촌닭도 시켜먹고 아주 늦게 잠들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제 시간에 일어나서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결혼식

식장에 들어가니 내가 미리 주문해놓은 화환이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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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본진의 이름인 싴갤러스를 쓰고 싶었지만, 그건 프린트가 안된대서 부랴부랴 에린연합으로 바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다른 재밌는 아이디어는 없었나 싶다. 그래도 뭐 화환보낸게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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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지켜보면서 이틀전엔 술마시던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있는게 신기한 기분이었다.
요즘 부쩍드는 생각은 결혼이란건 서로 좋기만해선 할 수 없는,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어른들이라 생각하며 앉은채로 열심히 박수를 쳤다.

그렇게 결혼식 참여를 위한 나의 짧은 창원여행이 끝났다. 밥도 대충먹고 KTX를 타고 곧바로 서울로 올라와서 저녁은 서울에서 먹었다.
돈이 얼마나 많건, 얼마나 떨어져있건간에 두 사람이 간절히 원해서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되는것을 보고
이 인간이 결혼을 하는구나, 진짜 대단하다. 어른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 결혼식과 여행을 통해 생각했던게 있는데, 여행이란게 참 별거 없구나. 그냥 떠나고자하면 떠날 수 있다.
중요한건 결심하는 마음일뿐이다. 호화로울 필요도 없고, 내가 만족하기만 하면 그게 여행이고 쉼이고, 상대에게도 너무 조건따지지 말고 내가 좋으면 좋은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2024/10/11 12:18 2024/10/11 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