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모자란, 인생

늘모자란, 인생


나에게는 싴갤러스라는 이름의 운영중인 사이트가 있다
햇수로만 13년차고, 내년이면 14년차가 된다.

싴갤러스를 시작하기 전 부터 알고 있던, 아직도 나한테 말을 까는 지인인지 동생인지가 있고 싴갤러스라는 사이트를 만드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보통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내 덩치에 밀려서 존댓말을 하던데 이 인간은 예외가 없는점이 참 한결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에 살아서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아주 괘씸하게도 청첩장을 들고 서울에 나타나서 그때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다.


(많이 생색이지만)
다른 관리자들한테는 평소에 밥도 많이 사주고 해서, 청첩장을 주는 자리도 내가 비용을 지불했고 후식도 내가 냈다. 아침도 맥여서 돌려보내고 싶었는데 그건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못했다. 아무튼 그정도로 마음 한 구석에 어느정도 고마움을 차지하고 있는 인간이라는것이다. 싴갤러스는 내 인생에 있어 단순한 취미가 아니고, 어떻게 보면 내 인생을 관통하는 부분이 있기때문이다.


처음에 청첩장을 받았을때 당연히 가야지 라고 생각하다가도, 결혼식을 창원까지 가는게 맞나?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나는 그 생각을 이겨내기 위해 명분을 하나 더 만들었다. 애초에 여행을 가버리자, 그리고 겸사겸사 결혼식을 가면되는것이 아닌가?
그리고 축의금도 많이해서 아주 간지나는 인상으로 깊히 남아버리자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전략을 세우고 여행 계획을 시작했다

위치 선정

식장을 보니 마산과 창원중앙역 중간에 있기에 그 사이에 숙소를 잡아보자, 이왕이면 바다와 가까운곳이 좋겠다 싶어 마산의 어시장 근처에 있는 브라운 도트 호텔로 예약했다.

지금 생각해도 나쁘지 않은 결정이었던것 같다. 조금만 나가면 바다였고, 복 거리도 가까웠어서 크게 불편함을 느낀점은 없다. 방 컨디션도 굉장히 좋았어서, 서울 물가로 생각하면 한참 싼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방에 내려와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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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무봤나촌닭도 주문해서 먹어봤는데 그냥 그랬다.. 흠... 

형제 횟집

서울에서 마산역까지는 3시간이 소요되었다. 사실 KTX가 마산까지 간다는 사실도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됐다.
꽤 멀었다. 차라리 비행기를 이용한게 덜 피곤했을지도 모르겠다. 마산역에 도착할때쯤 이 친구가 마중을 나와서 바로 차로 향했는데 차에는 예비 신부가 앉아 계셨다. 동행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래도 당황하지않으려고 마음속으로 애썼던것 같다

나는 낯도 많이 가리고 I인데 나이도 많은 인간이 막 말도 못하고 그러면 안될것 같아서 기차에서 이름도 외우고 몇살이더라 직업은 뭐더라 생각했다. 근데 내가 상대를 너무 많이 알고 있으면 대화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너무 자기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어서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 뭐 별에별 생각을 다하다가 결론은 그냥 난 하나도 모르는척 하기로 전략을 세웠다. 딱 이름만 아는걸로 하자고. 그건 청첩장에 있으니까

아무튼 뭐 내가 있건말건 앞에서 막 대화를 하는데 제발 빨리 술을 먹어야 어색함이 덜해질 것 같단 생각밖에 안들었고, 간신히 주차를 하고 한 횟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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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 구성이 괜찮았다. 스끼다시도 많이 나오고, 막장이 있어서 아 내가 경상도에 오긴 왔구나 생각했다
뭐 이래저래 얘기도 하고 꽤 마셨는데 2차를 가자고 해서 자리를 옮겼는데...

꼬치친구

서울에서는 본적없는 뷔페형식의 꼬치집을 발견해서 들어갔다. 가까이 있기도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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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꼬치집이었는데 좀 더 바리에이션을 줘서 삼겹살이나 치즈 뭐 기타 등등 회전초밥을 접목한듯 했다. (꼬치 뒤에 가격을 의미하는 표식이 달려있음) 개인적으로는 그냥 그런 느낌이었고 연태고량주에 맥주를 말아먹다가 예비 신부가 KO 당하시면서... 자리를 파하게 되었다. 식당자체는... 추천하기가 어렵다

보통 신랑측 사람이 신부와 얘기를 나누는 경우는 드물다 못해 없다고 생각한다. 식사할때 가볍게 인사하는정도?
근데 나는 이틀전에 내려와서 술잔을 기울이면서 부부가 될 두 사람과 얘길하고 있자니 참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생각했다.
내가 몰랐던 이 친구의 여러 면모를 알게된다던가,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술잔을 기울였던 것 같다. 개인적인 감상을 더하자면 이 친구에게는 지나치게 과분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ㅋㅋ 예비 신부가 성격이 밝고, 이해심도 있는듯 해서 성사될 수 있던 결혼이 아닌가 뭐 그런 생각. 둘이 잘 살겠구나 등 여러 생각을 하면서 숙소에 체크인하고 잠들었다

광포복집

아침에 일어나니 딱히 숙취도 없었지만 해장은 의식같은거라 국밥집같은거 없나? 살펴보다가 숙소 근처에 복 특화거리가 있단걸 알았다. 리뷰를 이것저것 보다가 유독 튀는 한군데가 있어서 방문해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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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리는 지난 제주도 여행에서 대도식당에서 먹어봤기때문에 주저없이 참복을 선택했다. 분명히 숙취가 없는데도 막 땀이 났다.
혼자 먹기엔 좀 양이 많았던것 같지만 나는 기어코 다 먹고 나왔다. 가격은 좀 셌던것 같다. 해장술을 한병 때렸는지 안때렸는지 기억이 안난다. 사진에 술병이 없는거보니 안먹은거 같긴한데 좀 얼큰한 느낌이어서 마셨을수도 ...

돝섬

스타벅스에 들려서 거대한 아메리카노 하나 든채로 항만을 걷기로 했다. 고요한 가운데 들리는 갈매기소리와 반짝이는 윤슬을 보고 있자니 역시 바다가 최고라는 생각을 했다. 매일 보면 질리려나? 하지만 꼭 바닷가에 살아보고 싶다. 어시장에서는 평일 아침이나 낮에 경매를 하는듯 한데 물기하나 없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수조를 보고 감탄했다. 좀 이상한 포인트일 수 있겠지만 비린내하나 안나는게 신기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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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걷다가 돌아가야되나 생각하던 찰나에 뜬금없이 유람선이 나타났다
돝섬이라는곳에 간다고 한다. 모르면 몰랐지 배를 탈수있다는데 안 탈 이유가 있나? 나는 바로 돝섬으로 향했다. 이런것이 내가 추구하는, 할땐 해야하는 '작은 여행' 이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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돝섬에는 여러 컨텐츠들이 있지만 나는 그냥 섬을 한바퀴 천천히, 진짜 천천히 걷기로 했다.
자꾸 나를 괴롭히는 여러 일들이 있어서 생각정리도 필요했고 조용한곳에서 파도 소리와 새소리를 듣고 있다보니 마음이 안정되었다.
실제로 이때 중요한 결단을 내리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건 따로 영상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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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곧 있을 해킹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기원했던것 같다.
다 지나고 나서 쓰는 일이지만 좀 더 간절하게 기원했어야되지 않나 싶다. (2등했다)

서진돼지국밥

돝섬에서 한시간 반쯤 시간을 보내고 육지(?)로 돌아왔다. 축의금도 뽑고 일단 숙소에 돌아가 앉아있었더니 밥을 안먹은지 너무 오랜시간이 지나있었다. 계획대로 회에 소주한잔 마실까 하다가.. 그냥 국밥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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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근처에 국밥집은 세갠가 있었는데 두군데는 너무 화려한 느낌이라 로컬 맛집으로 보이는 서진돼지국밥을 선택했다.
국밥은 그냥 국밥맛인데 수육이 말이 안되었다. 수육 소짜로 시킨게 아주 큰 실수였다.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꼭 추천하고 싶다.
이게 로컬 맛집이지.

숙소로 돌아와서는 아침일찍 결혼식을 가야했기에 침대에 바로 누웠으나 오전 약속 공포증이 도져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엄청 뒤척이다가 결국 넷플릭스 드라마도 보고, 무봤나 촌닭도 시켜먹고 아주 늦게 잠들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제 시간에 일어나서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결혼식

식장에 들어가니 내가 미리 주문해놓은 화환이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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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본진의 이름인 싴갤러스를 쓰고 싶었지만, 그건 프린트가 안된대서 부랴부랴 에린연합으로 바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다른 재밌는 아이디어는 없었나 싶다. 그래도 뭐 화환보낸게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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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지켜보면서 이틀전엔 술마시던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있는게 신기한 기분이었다.
요즘 부쩍드는 생각은 결혼이란건 서로 좋기만해선 할 수 없는,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어른들이라 생각하며 앉은채로 열심히 박수를 쳤다.

그렇게 결혼식 참여를 위한 나의 짧은 창원여행이 끝났다. 밥도 대충먹고 KTX를 타고 곧바로 서울로 올라와서 저녁은 서울에서 먹었다.
돈이 얼마나 많건, 얼마나 떨어져있건간에 두 사람이 간절히 원해서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되는것을 보고
이 인간이 결혼을 하는구나, 진짜 대단하다. 어른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 결혼식과 여행을 통해 생각했던게 있는데, 여행이란게 참 별거 없구나. 그냥 떠나고자하면 떠날 수 있다.
중요한건 결심하는 마음일뿐이다. 호화로울 필요도 없고, 내가 만족하기만 하면 그게 여행이고 쉼이고, 상대에게도 너무 조건따지지 말고 내가 좋으면 좋은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2024/10/11 12:18 2024/10/11 12:18
우리 친구들은 '술먹계' 라는 계방을 운영한다.
사람이 많이 움직이면 돈도 많이 들고, 부담이 되니까 한달에 3만원씩 걷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계원의 찬성이 80%가 되면 사정이 안되는 사람은 아쉽게도 탈락하는 시스템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어 놀사람은 놀아야지

석모스테이

이번 하계 휴양은 계주의 월급 루팡으로 시작되었다. 놀러가기 싫어서 하계 휴양 생각을 하다가 에어비앤비를 켜게 되었고 그대로 여러군데 리스트업해서 투표를 받아버리는 신속함으로 추진되었는데, 서울에서 가깝기도 하고 바다가 있는 석모도가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하여 2024 하계 휴양은 석모도가 되었다

석모도가 어디 달려있는줄도 몰랐는데 육로로 갈 수 있는 섬중에선 북한에 가장 가까운 섬이라고 한다. 
실제로 남쪽에서 북으로 날리는 삐라도 석모도에서 많이 날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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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일찍 일어나서 강남에서 친구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가깝지 않았다. 두시간쯤 걸린듯한데 가는길도 친구들이랑 함께니까 시덥잖은 얘기도하고, 사는 얘기도 하고... 좋았다. 운전자는 피곤하고 힘들지 모르겠는데 옆에타는 사람은 입만 털면된다. 

우리는 하나로마트에 도착하여 장을 보고 다시 이동했다.
솔직하게 든 생각은 서해니까 바다가 깊으면 얼마나 깊겠나 뻘이겠구나 생각했는데 꽤 서쪽의 섬이라 그런지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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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우리 숙소 아님. 그냥 앞에 있는 숙소.
바다도 꽤 그럴싸했고 깊이도 되고 나의 서해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깨부숴줬달까...
날씨도 맑고, 바람도 적당히 불고 햇볕은 좀 따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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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는 노래방 시설도 있고 잘 정리되어 있어서 해먹도 사용하는 친구도 있었다
35살 먹은인간들도 분명 사회에서는 콧김좀 뿜는 놈들일텐데 모이면 그냥 17살이 되는것 같다. 이 해먹 개재밌다고 소리지르는걸 회사의 동료들은 상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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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중에 나는 바다를 보는건 좋아하지만 물에 들어가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친구들 놀러 나갔을때 해킹 문제를 풀었다.
저런 풍경에서 공부하는건 참 좋았는데 솔직히 모니터가 잘 안보여서 힘들었다. 그래서 금방 포기하고 들어가서 에어컨 켜고 롤 유튜브 봤던것 같다. 그래 저런데서 공부하는건 관종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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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찍은건 아니고 다른 친구가 찍어준 사진인데 개인적으론 이 사진이 참 마음에 든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이게 뭔 사진이냐 할것아닌가? 사진은 역광을 받아서 얼굴도 안보이는데다가 무슨 바다인줄도 알턱이 없을거고..
그렇지만 같이 간 친구들은 누가 누구인지 바로 알고, 장소도 떠올려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청춘 영화같은데 등장하는 씬 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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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바비큐를 해서 먹었다. 새우도 좀 먹고 35살들 답게 방심하면 안된다고, 숙취해소제 두개씩 먹고 시작했다.
빨리 취하면 안된다, 정신 채려야된다 뭐 그런 취지로... 이 이후에도 두개 더 먹었다. 이쯤되면 도핑으로 살아가는 인간들이라고 할 수 있다
다들 인스타에서 본건 있어서 숙취해소제로 별만드는 꼴값도 한번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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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에는 포커도 치고, 노래방에서 노래도 하고 황해를 보면서 라면도 한그릇 때리고 기분좋게 잠들었다.
이땐 내 건강이 별로 좋질 못했다. 술을 마시고 다음날 토를 했는데 피를 토해서 친구과 비슷한 페이스로 취하진 못했다.
이녀석들 나이를 먹었는지, 옛날같았으면 내 알빠냐고 두세잔씩 맥였을놈들이 이젠 서로 배려도 해준다. 늙는다는것은 곧 배려가 생긴다는것일지도...

별천지

일어나서는 거의 바로 나가야했다. 숙소에 갑자기 물이 안나와서 씻을수도 없었다.
이거도 섬의 특성인가? 근데 원래 1박 이후엔 모자쓰고 추레하게 다니는게 국룰이다. '나 놀다왔어요' 같은 아우라를 풍겨야된단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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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천지는 숙소 코앞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메뉴가 불신 그 자체였어서 가게 될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래도 대강 끼니만 떼우잔 느낌으로 가게 되었는데 (아마 다들 찾아보기도 귀찮고 가기 싫어서였을것 같다) 반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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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밑반찬이고 메인요리고 안맛있는게 없어서 밥 두개 먹었던것 같다. 아니 세개먹었나?
내 생각엔 사장님이 배짱 장사하는듯하다. 간판이 어떻든말든 우린 가고싶은대로 간다는 느낌..
간판에 있는 주력 메뉴들도 아니었는데 그럼 밴댕이정식이랑 꽃게탕은 도대체 얼마나 맛있는걸까...  재야의 고수들의 취향은 이해하기 어렵다

카페 아로니움

여긴 별로 찍은 사진이 없어서 첨부할게 없다. 아로니아라는 식물을 많이 키우는 카페인것 같은데 글램핑을 위한 부지도 운영하고 있어서 개방감이 있었다. 반려견들도 동행할 수 있다고 하니 고려해보는것도 좋겠다. 여기 커피는 그저 그런게 아니라 맛없는쪽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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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좋고 개방감에 커피한잔마시며 수다를 떨었고, 우리의 20주년 여행에 대해서도 논의해보는 시간이 있었다.
20주년이라.. 이 친구들을 만난게 17살이고 16살 말에 만난놈들도 있는데 우린 어느새 이만큼 늙어서 40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가 되었다.
사실 정신적으로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것은 없는듯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사투리가 봉인해제 되고 있기도하고, 말그대로 '편한사람' 이라는 단어는 실재하는듯하다

커피를 마시고 해산했다.
길을 잘못들어 한강을 건넜다 돌아오는 헤프닝도 있었기에 여행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었다.
나는 본디 집돌이고 뚱뚱한터라 밖에 나가는걸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 여행들이 친구들 사이를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가급적이면 앞으로도 참여할 듯 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석모도는 이틀이상 지낼 수 있을때 가보면 좋을 것 같다. 섬이 예쁜것 같은데 밥만 먹고 돌아오기엔 좀 아까웠달까?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2024년의 하계 휴양 끝!





2024/08/31 00:17 2024/08/31 00:17
여행기라는것도 참 부지런해야 쓸 수 있는 것 같다.
지난 3월에 1박으로 친구(부부), 그리고 친구들 둘, 그리고 나 이렇게 해서 제주도에 1박을 다녀왔다.

특별한 명분은 없었고 친구가 제주도 숙소에 당첨이 되어서 2박 3일을 묵을 수 있었는데 그중 1박을 같이 보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아서 친구 세명이 함께 하게 되었다. (넌씨눈아님) 나는 12월에 제주도 여행을 찐하게 다녀온지라 좀 망설여지긴했지만 이번엔 친구들과 함께니까 좋을 것 같았다. 긴급한 사정이 생겨서 참여하지 못하게 된 친구도 있어서 참 아쉬웠다...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짧은 여행이었던 만큼 빡빡하게 준비를 하고 갔는데 돌이켜보면 계획대로 된건 별로 없어서 오히려 즉흥여행 느낌이나서 좋았다.
제주도에는 12시쯤 떨어졌고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는 친구의 게임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미리 제주도에 도착해있던 친구가 마중을 나왔다. 내 기억상엔 그 차를 오은영선생님이 탔다고 했었나 아니면 같은 기종이라 했나... 아무튼 그랬고

친구 아내는 집들이 이후로 두 번째 보는 거였는데 여전히 좀 데면데면 했다..

제주광해 애월

배가 고팠다. 우리의 첫 식사는 갈치였다. 이름이 제주광해라고 해서 처음 들었을땐 뭐하는 집인지 감도 오지 않았지만, 갈치 조림이란걸 듣고 기대하게 되었고 참 맛있었다. 낮술도 그대로 갈겨버리게 하는 파괴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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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떡이 너무 거대하게 들어있는데 저런거좀 안넣으면 안되나 (라는 개인적인 취향이 있다)
우린 갈치 하나, 고등어 하나 시켜 먹은 것 같은데 생선은 그냥 그랬고 조려진 무가 말도 안되게 맛있었던것 같은데 이미 퇴색된 기억이라... 맞나 모르겠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4명이서 왔을때 이 식당 바로 옆의 숙소에 묵었었는데 이런 맛집이 있는줄 몰랐다. 등잔밑 아니 숙소밑이 어둡다..

대기열도 좀 있는 편이라서 가게 근처에서 기념품을 살 수 있게 되어 있다. 팀원들한테 돌릴 초콜릿을 하나 샀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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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가게에서 본 소주인데 좃끄띠라니...
뇌가 썩었는지 아무래도 좆같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는데 가까이, 조금더 라는 뜻이라고 한다... 흠... 좃끄띠...

미노커피하우스

원래 계획대로 횟집에 들리진 못하고, 장을 보고 숙소로 가는걸로 노선을 바꾸었다. 가는 길에 카페에 들러서 커피 한 잔 하게 되었는데 참 특이했던 기억이라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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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커피들은 뭔가 다르게 생겼는데 커피를 마시고 든 인상은 '맑다' 였다. 다른 커피들을 비유하자면 걸쭉한 느낌과 쓴맛 등이 두드러지는데 여기 커피는 깔끔하다못해 맑다는 느낌이 들어서 여느커피와는 달랐다.

옆에 외국인들도 한잔 떄리고 있었는데 커피에 정답이 어딨겠냐만, 사장님의 커피 철학을 알 수 있는 부분이, 단순히 커피를 서빙해주는걸로 안끝나고 커피의 특색을 하나씩 설명해주는게 진짜 무슨 연구소를 탐방하는 느낌었달까.. 신선한 경험이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들려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삼미흑돼지

숙소에 도착하고 짐풀고  바깥 구경하고 있자니 식사할때가 되었다. 우리의 숙소는 롯데아트빌라스였는데 숙소에 관한 얘기는 후술하고 삼미흑돼지부터 말을 해보자면, 숙소까지 픽업하러 와주시고 식사가 끝난 뒤에도 태워다 주셔서 그 친절함에 10점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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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친절은 친절이고 고기는 그냥 고깃집 맛이었다. 제주도 평균을 딱 지키는 느낌. 제주도치곤 특별한것이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평타는 치니까 좋다고 해야하나? 애매한 부분이다

롯데아트빌라스

우리가 지낸 숙소는 롯데아트빌라스라는 숙소인데 중문에 위치한 곳이다.
단지도 아주 넓고 숙소간에 거리도 있어서 소음으로부터도 독립적이었다. 여름엔 수영도 할 수 있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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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근데 무엇보다 탁 트인 이 전망이 좋았다. 고지대에 있어서 바다를 바라보는데 이게 휴양이구나 싶다.
식사를 하고 돌아와선 우린 제주 하늘의 별을 헤매었다. 당장에라도 쏟아질듯 하늘을 수놓는 별천지를 바라보며, 내 약한 시력을 아쉬워했다.
별하나에 쓸쓸함, 별하나에 동경과 별하나에 어머니를 외던 그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나는 앞으로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

앞으로 이런 여유를 얼마나 더 가질 수 있을까, 20살땐 술한번 마시자고 하면 당일에도 열명넘게 모이던 친구들은 이제 다들 짝을 찾아 가정을 꾸리거나 그 직전이다. 줄어만 가는 모임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이런 모임이 얼마나 더 있을까? 하며 모두가 고양된 순간에도 혼자 좀 아쉬워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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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가 대분류인데 정작 숙소얘길 하나도 안했다. 근데 찍은 사진이 없다... 숙소는 2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층고는 3층쯤 되는듯하다. 방은 세개여서 친구 부부가 1개방, 친구 2명이 한개방을 쓰고 가위바위보의 승자인 내가 한개방을 독차지해서 사용했다. 인생은 가위바위보라 할 수 있다

1층에서 적당히 사온 과자같은걸로 술한잔씩 하다가, 부족해져서 배민으로 회를 시켰다. 제주도에서 회가 배달된다는것도 신기했고 중문 숙소단지까지 들어온다는것도 신기했다.. 고래고래 라는 식당이었는데 퀄리티가 괜찮았고 금방 왔다. 조금 비싼게 흠이면 흠인데 배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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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로사 커피

다음날 숙소를 나서고 해장 커피를 마시러 테라로사 커피에 방문했다.
커피맛은 특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카페의 층고가 엄청나게 높아서 뭐랄까.. 사람의 여유는 층고에서 오는것인가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비싼집은 다 층고가 높아서 트인 느낌에서 얻는 여유가 있었달까? 아무튼 커피보단 공간의 힘을 체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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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알게됐지만 테라로사 커피는 체인점이라고 한다. 당시엔 이게 제주도 스케일이구나 싶었는데 뭐 그렇지도 않더라

선채향

우리는 운전대를 산방산쪽으로 옮겨 선채향이라는 칼국수집에 갔다. 웨이팅이 있어서 30분쯤 기다린것 같은데 날씨도 너무 맑고 좋아서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다. 수다도 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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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칼국수는 거들뿐이고 죽이 맛있었다. 친구들이 해장을 하고 넋이 나간 표정이 압권인데 이건 올리질 못해서 아쉽다.
만약 누군가 칼국수나 죽 중에 한개만 먹어야된다하면 무조건 죽이다. 죽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

그레이그로브

우리의 마지막 여정은 그레이그로브라는 동네 마을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카페였다.
문자 그대로 동굴같이 생겼는데 진짜 동굴이라서 그런지 구석에 앉아있는데 LTE가 안되는 현상을 겪게 되는데 닉값 제대로 한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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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노면도 그렇고 바닥도 무슨 공사판 모래같은걸 깔아놓고 징검다리로 건너게 되어있는데 이게 바로 인스타형 카페구나 하고 여러번 생각했다. 다들 밥도 먹고 배도 부르고, 커피도 마셔서 한사람도 예외없이 휴대폰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커피는 역시 별 특색은 없었고 그냥 커피였다.

카페를 마지막으로 우린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면세에서 술도 두병사고 짧은 여행을 마쳤는데, 고작 하루 같은 여행이 아니라 긴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었고 모두와 함께여서 좋았다.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였다면 두배, 세배로 즐거웠을텐데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그러니 나는 이렇게 가끔 허락된 날, 최선을 다해 즐겁기로 했다.
2024/03/14 19:06 2024/03/14 1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