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항의 밤, 그리고 안녕 제주도.
체크아웃
밤새 구토를 했다. 처음 새벽에 구토했는데 저녁에 워낙 먹은게 없다보니 거의 물(알콜)만 토하고 끝인줄 알았다. 하지만 아침-점심까지 서너번의 구토를 하고서야 잦아들었다. 위산에 이가 녹은건지 이질감이 지워지지 않았다.... 술은 적당히 먹읍시다.
제주식 두루치기를 먹고 1시쯤 떠나려던 나의 계획은 박살이 났고, 체크아웃이 11시인데 2시 30분까지 추가 요금을 내가며 레이트 체크아웃을 했다. 체내에 알콜이 남아있어 끝까지 취하는 느낌이었다... 2주간 지낸 나의 숙소에 안녕을 고하고 거의 기어나오다시피하며 체크아웃했다고 카톡을 보냈다. 내가 지낸 숙소는 일성트루엘 레지던스이고, 모자람없이 잘 지냈다.
틀어진 계획
원래는 월정리에 가서 정오월의 월정리 해변 노래를 듣고 공항으로 가려한게 내 목표였다. 제주를 장식할 마지막 식사는 보말 칼국수로 정하기까지 했고, 어디서 먹을지 식당까지 다 전날 계획했다. 하지만, 2시 30분이라는 레이트 체크아웃으로 인해 모든 계획이 박살이 났다. 원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노선이라는 201번을 타고 제주도를 반바퀴 돌아 월정리로 가려는 계획이었으나, 고지를 가로 질러 가는 버스를 타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따라서 점심도 그냥 근처에서 먹기로 했다.고씨네 천지국수

점심은 고씨네 천지국수라는곳에서 먹었다. 리뷰점수도 많았고, 무엇보다 고기국수인데 멸치 고기국수라고 멸고라는 메뉴를 판매했다. 나는 제주도에 와서 많은 고기국수를 먹었지만, 이런 스타일은 또 처음이라 해장도 할겸 가서 먹었다.
정확히 멸치 잔치국수에 돔베고기를 넣은 맛이다. 특이한 맛이 아니다 (그와중에 만두도 하나 시켜먹었다)
그래도 뜨거운 국물이어서 그런가 머리로 막 알콜이 뿜어져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좀 얼큰버전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멸치베이스다보니 좀 담백 밍밍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크라우드 PC
식사를 다했음에도 시간이 한 세시간이 떴다. 평소같았으면 어디로든 이동해서 제주의 컨텐츠를 즐겼겠지만 준 환자였던 나는 움직이기 싫었다. 공항에도 딱 맞춰 이동하고 싶었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장동민 브랜드의 크라우드 PC방을 발견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롤 몇판쯤 하다보니 오늘의 메인 이벤트를 장식하게 될 문자가 왔다. 비행기 25분 지연문자였다
안녕, 제주도!
처음 알림톡을 받고나선, 25분은 얼마든지 지연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날씨가 전날에 비해 갑자기 10도나 떨어졌고 바람이 많이 분다는 뉴스 알림이 계속왔다. 그래서 25분정도 지연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것 같다. 계획대로 공항에 가서 25분 추가로 기다리지 뭐. 하고 게임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왔더니 톡이 하나 더 왔다.
추가 지연이었다. 35분이 더 늘어나서 원래 시간보다 1시간 10분이 지연된 것이다. 이때부터 좀 쌔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결항될수도 있나? 하는... 나는 제주의 날씨가 궃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일요일까지 시간을 보내지 않고, 일부러 토요일날 예약하긴 했지만 진짜 우려했던 바가 현재 진행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좀 무서웠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토하며 정신없던 낮부터 이미 결항쇼는 시작되었었던 것이다. 그걸 나만 몰랐고..

공항에 도착하니 결항쇼가 현재 진행형이어서, 사람들이 노숙자 마냥 바닥에 많이들 앉아있었다. ALL IS WELL이라는 문구는 이때 안나와야 되는거 아닌가?;

하지만 그런건 모르겠고 나는 시간이 붕뜨게 되어 저녁을 먹기로 했다. 롯데리아 한우버거 맛있다. 근데 자리가 너무 부족하다. 다 먹은 사람은 알아서 좀 빨리빨리 일어나야할텐데 다들 바닥보다 의자에 앉고 싶은건지 일어나질 않더라. 개매너들...
식사하고 줄을 선 다음에 기다리고 있었더니 이번엔 문자가 왔다

아니 복행이라니 이게 무슨말이야. 하정우의 롤러코스터처럼 비행기가 공항을 지나쳐 돌고 있는 장면이 떠올랐다. 바람이 불면 얼마나 분단말인가? 나도 공항에 멀쩡하게 들어왔는데 측풍이 강하다니 도대체 무슨말이지? 그래도 결국엔 착륙을 잘하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문자가 하나 더 왔다


그러다가.. 공항 직원이 비행기가 착륙할 수 없어, 공항내에 결항한다는 방송을 했다. 동시에 문자도 왔다

진짜 어떻게 해야하나? 하고 작은 패닉이 왔다. 아시아나측 대응은 신속했다. 발권소로가서 티켓을 교환하라고 했다. 추가로 아시아나에서 온 문자는, 차액을 받지 않으니 당일의 다른 비행기나, 다른날의 비행기 예약을 창구에서 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허겁지겁 발권창구로 이동했다. 당일이 아니더라도 일단 예약을 해두어야 숙소를 잡던지 회사에 알리던지 할테니까 말이다

허겁지겁 창구로 갔더니 직원이 착륙한 비행기가 있다며, 이 비행기를 타면 된다고 했다. 그게 언제냐니까 지금 바로 가야된다고 해서 허겁지겁 뛰었다. 하루에 같은 공항에서 출발 검색대만 두번통과하는 기염을 토했는데, 이때 표를 받고 민증을 잃어버렸다. 직원은 바로타야된다고 겁을주고 나도 검색받다가 비행기를 놓칠까 두려워서 민증 찾는건 포기하고 삼성페이 꺼내서 운전면허로 검색대를 통과했다.

그리고 마침내, 탑승구 11번에서 탑승할 수 있었다. 진짜 감개무량한 순간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출발하는데 아 이제 다 끝났구나 드디어 가는구나 하고 마음을 놓을새라, 기류가 불안정한건지 가는 내내 비행기에 진동이 있었다. 별일없길 얼마나 되뇌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안전하게 착륙했고, 다시 나의 일상인 서울에 도착했다.
서울은 제주도 보다도 10도 이상 더 추웠다. 하루만에 20도 차이의 날씨를 체감한 나는 하얀 입김으로 추위를 다시 한번 체감했다.
나는 그렇게 제주에서의 2주를 뒤로 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분실물

잃어버린 주민등록증은 유실물센터에 등록되었다. 센터에 연락을 드렸고, 신원확인하고 우체국 택배(착불만가능)으로 돌려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