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시키신분
마라도는 계획에 전혀 없었다. 어제 횟집을 다녀오고 돌아와서 회사일을 좀 보고 있는데, 카톡 하나가 왔다. 영롱한 소고기 사진이었다. 아, 오늘 회사의 큰 회식날이었다. 소고기가 아주 튼실한게 맛있어보였다.
사진을 보내준 연구원님이랑 짤막하게 얘기를 나누었는데, 블로그 업로드 왜 안하냐와 요새 뭐하고 다니냐, 소문에는 마라도 간다는 말이 돌더라고 했다. 처음엔 웃었는데 생각해보니 마라도가는 배를 송악산에서 본 기억이 나서, 마라도 진짜 갈만하지 않나? 그 생각에 추진했고 단 10분만에 나의 마라도 행이 결정되었다. 내 여행이 무근본 무 계획임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마라도 여객선

마라도는 두곳에서 출발할 수 있다. 하나는 내가 전에 봤던 송악산의 배와, 하나는 운진항에서 출발하는 마라도 정기여객선이다. 송악산은 가봤으니 일부러 정기여객선을 선택했다. 예약하면서 일기예보를 봤는데, 비가 내린다고 해서 좀 걱정이 되었지만 배를 타러 갈때까지 별다른 안내문자가 오지 않아서 갈 수 있겠다 생각했다.
산방산접짝뼈앤돌우럭
마라도 여객선 매표소에 도착해서 발권했다. 기상 상황이 안좋아서 배가 취소될 수 있으니 알아두라고 했다. 그럼 알아서 환불되니 걱정하지말란 말도 같이 말해주셨다. 발권을 하고 시간이 남아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출발은 11시 20분인데 10시에 도착해버린 탓인데, 주변에 식당이 많이 빈약해서 제일 가까운 오픈한 가게에서 식사했다. 그곳이 바로 이곳인데...
이름이 매우 특이한... 가게인데, 산방산/접짝뼈(국)/and/돌우럭 인것이다. 접짝뼛국은 제주도에서 보양식으로 먹는 식사라고 한다 (사장님 말씀에 의하면). 걸쭉한 맑은 감자탕을 먹는 느낌이다. 맛도 나쁘지 않았다
마라도
파도가 꽤 높았다. 비바람의 날씨여서 그런것 같았는데 신기하게도 배를 타니 비가 멎었다. 그래서 마라도 구경을 우산없이 할 수 있었다. 되는 남자..
이제 굴만 보면 일본애들이 파놓은건가 싶은 생각도 들지만, 마라도를 설명해줄 사람은 따로 없다. 그래서 마라도는 눈으로 즐기기만 해야한다. 마라도를 처음 본 소감은 와, 넓다! 였다.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없는 휑한곳을 본게 얼마마인가. 진짜 이게 섬이구나 같은 느낌? 제주도는 사실 워낙에 크니까 와닿지 않는 느낌인데, 마라도는 진짜 이게 섬이구나 싶다.
탁 트인 시야와 (나름) 세차게 몰아치는 파도, 그리고 바람. 마음을 씻어내려가주는 느낌이랄까? 여름에 풀들이 무성할때 오면 진짜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그렇지 않다고 한다. 큰 나무도 없고, 그늘이 없어서 여름에 가면 열사병이 걸릴 정도로 덥다고 한다.







섬의 구석구석이 모두 좋았다. 광활하고, 어디로 눈을 돌려도 바다고, 섬을 감싸고 있는 자그만한 울타리들도 좋았다. 섬도 엄청 작아서 엄청 느린걸음으로 볼거 다 보면서 돌아도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마라도의 메인 이벤트는 따로 있지 않을까? 그렇다. 짜장면이다



무한도전이 와서 짜장면을 호리병에 담아주어 먹지도 못하고 절규한 그 시리즈. 가게에 들어가면 내내 그 시리즈를 무한 재생해놓고 있다. 어지간히 좋으셨나보다. 호리병도 진열되어 있고 사인도 엄청많고 명소긴 명소인가보다. 그런데 짜장면은 그냥 그렇다. 평범한 맛이다. 굳이 따지자면 맛이 없다에 가깝다. 배가 크게 고프지 않았던것도 있고...

돌아가려는 배를 기다리고 있는데 배가 단체로 움직이고 있는걸 보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물을 몰아서 잡는 그런 진법(?)이 아닐까....? 배 한개가 움직이면서 지휘를 하는 느낌이었다. 뭘잡고 있는건지 알 수가 없다

마라도에서 만난 ... 젠장 또 대상혁이야 나는 숭배할 수 밖에 없어
오설록 뮤지엄
다음 행선지는 마라도에서 결정했다. 섬을 다돌고 짜장면을 먹고 시간이 남아서, 비도 피할겸 대기실에 앉아서 지도를 보았는데 지도를 열자마자 오설록이 크게 눈에 들어왔다. 오설록? 어디서 들어봤는데. 녹차 재배지였던가? 하고 보니 맞았다. 이때까지는 오설록이 브랜드 이름도 뜻하는줄은 몰랐다. 보성녹차밭 같은거겠네 싶어서 들렀다가 숙소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버스를 타고 오설록으로 향했다.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배차시간이 긴 버스를 거의 바로 탈 수 있었다. 내리자마자 비바람이 다시 몰아치기 시작해 좀 곤혹이었으나 굳이굳이 사진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이게... 다 녹차...? 근데 생각보다 규모가 좀 작은거 같은데...? 하는 생각을 했다. 다들 횡단보도를 건너 건물로 들어가기에 나도 따라서 들어갔다. 이때까지만해도 오설록이 제주의 지명같은거고, 제주에서 제주 녹차를 홍보하기 위한 박물관 같은건줄 알았다


하지만.. 박물관에 들어가보니 포장된 상품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고, 공장에서는 커피 로스팅하듯 녹차를 로스팅하고 있었다. 공정하는것마냥 자동화된 로스팅을 보니 마냥 신기했다. 그리고 차를 시음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한잔 마시니까 너무 맛있어서 감탄했다. 간만에 엄청 맛있는 차를 마셨다! 라는 느낌이었달까? 이게 무슨 차인가 싶어서 봤더니 오설록의 구운 녹차라고 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 오설록이 브랜드 이름이구나, 여긴 기업이 차린거고 오설록이란건 기업이름이 지명처럼 쓰이는건가 보다 (아님) 하고 생각했다. 나는 마침 아침마다 차를 한잔씩 해야겠단 생각도 하고 있었기에, 차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차를 몇개 집어들고나니, 내가 곧 서울로 돌아가야된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원래 휴가자들이 어디 갔다오면 선물 사가는게 국룰아니던가? 그래, 이참에 오설록 이곳에서 선물을 사자.


그런 생각으로 나는 과자와 차를 잔뜩 샀고, 택배로 보낼 수 있다기에 서울로 택배를 보내달라 말씀드리고, 주변 구경을 좀 더 했는데, 더 많은 녹차밭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니스프리샵도 발견했다. 오설록과 이니스프리가 같은곳에서 하는거구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아모레퍼시픽에서 운영하는 브랜드라고 해서 한번 더 깜짝놀랬다.

하지만 제일 놀랬던건 설록차였다. 이 차들은 진짜 어디에선가 많이 봤던 상품들인데 지금의 오설록브랜드의 전신일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디자인부터 촌스럽고, 건강 인삼차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지금 오설록은 이름만 들어도 비싸고, 고급스럽고, 디자인도 깔끔한 상품처럼 생각된다. 이게 바로 브랜드 마케팅의 힘이구나를 절실히 느꼈달까? 겨우 사진한장 올린거지만 당시 나는 진짜로 깜짝놀랐다
제주스럽닭
숙소로 돌아왔다. 비바람이 몰아쳤었기에 일단 씻고 빨래를 돌렸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또 무얼 먹나 하고 고민에 빠져있는데, 누군가 제주도는 의외로 닭이 맛있어~ 하는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가만 생각해보니, 제주에 와서 돼지, 생선은 질리도록 먹었는데 닭을 한끼도 먹지 않은 나를 떠올리곤 그래, 제주 로컬의 닭을 먹어보자꾸나 생각했다. 그리고 이왕 먹을거면 치맥으로 하루를 마무리하자고 말이다나의 욕구에부합하는 치킨집이 있었다. 브랜드 치킨도 아니고, 배민 배달도 하며, 네이버에서 리뷰 점수도 후한 제주스럽닭이라는 치킨집이 숙소 근처에 있었다. 나는 고민없이 바로 치킨집으로 향했다


누군가 리뷰에서 청귤맥주는 꼭 먹어보란말이 있어서 청귤맥주와 치킨 두마리를 주문했다. 사장님이 정신나간 미친돼지인가? 하는 눈빛이었지만 그냥 달라고 했다. 치킨은 치킨플러스의 아빠의제주깜슐랭 이라는 메뉴와 흡사한데 벤치마킹한거같다.
음식 평을 하자면... 그냥 특이한 치킨과 맥주였다. 청귤맥주는 특이한맛이긴한데 많이 먹기엔 좀 질리는 맛이고, 저어 먹어야 하는데 저으면 미친듯이 거품이 올라와서 나는 갑자기 범람하는 맥주의 거의 절반을 날려야 했다. 내 부주의로 많이 못마셔본게 아쉽다.
치킨은.. 전반적으로 너무 달다. 물리는 맛이다. 마치 처갓집의 슈프림치킨을 먹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초반엔 정말 맛이 좋지만 결국 너무 물리게 되는.... 둘다 한마리씩인데, 까만 친구가 양이 좀 더 적었던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좀 덜 물려서 더 많이 먹었던지...
밤마실
숙소에 돌아오니 심심해서, 현금을 주섬주섬 챙겨 코노로 향했다. 하지만 12시까지만 한다는 너무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했고, 그냥 밤의 바다를 보기위해 나섰다
새벽에 유성우가 내린다는 말이 있어서, 빛이 없는 밤바다에서 잘 보이지 않을까? 하고 최대한 어두운곳을 찾아 앉았는데 하늘이 까맣지가 않았다. 구름이 잔뜩 껴있는 느낌이랄까?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아 기상청에서 구름지도도 보았는데 분명히 구름이 없다고 나오는데도 하늘이 심상치 않아서 그냥 적당히 파도소리만 한참을 들었다. 거의 세시까지 앉아있긴했는데, 결국엔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적당히 찬 공기에, 밀려들어오는 파도소리를 듣고 있으면 언제나 평온해짐을 느꼈다. 나는 바다에 살아야 겠다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