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전날
난 캐리어가 없다. 8년전에 산 샘소나이트 노트북 가방이 전부였다. 그래서 짐을 어떻게 싸야되나 고민을 했고, 다음과 같이 짐을 구성했다.물품 | 비고 |
옷 2벌씩 (기본 반팔, 후리스, 속옷, 양말) | 니트, 남방, 패딩을 착용했다 |
책 다수 | 그렇게 두껍지 않은 책 7권 정도를 준비했다 뚜벅이기때문에 버스에서 시간이 많이 빌거라고 생각했다 |
크롬캐스트 + 충전기 | 숙소에 TV가 있는건 확인했는데 넷플릭스가 안된다고 했다 크롬캐스트 4세대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다 되기때문에, TV를 스피커로 사용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챙겼다 |
노트북 + 충전기 | 회사 일을 하기 위해서 가져갔다. 그외에도 블로그를 쓰려고 챙겼다 |
핸드폰 충전기 워치 충전기 |
워치는 일반 포트로 충전할 수가 없어서 일부러 따로 챙겨야했다 |
보조배터리 2개 (도킹형) | 아주 작은 도킹형 보조배터리 2개를 챙겼다. 원래 가지고 있던거라서 일부러 구매하진 않았다 |
다들 일주일 전부터 짐을 싸고 그런다는데 난 출발 두 시간 전에 쌌다.
필요한 건 숙소에 가서 사자는 마인드이기도 했고, 짐 공간이 많이 부족해서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뭉그적 거리는 나의 성격으로 여행 직전까지도 마땅한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출발 전날에 제주도 공항에서 얼타면 안될 것 같아서 좀 찾아보고 행선지를 잡았다.
그리고 출발하는 아침을 맞이했다
여행의 출발
나란 인간답게 뭉그적거리다가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님이 말을 걸기에 제주도에 되게 오래 있으려 간다. 혹시 좋은 곳 아느냐? 하고 물었더니 제주도는 잘 모르겠고 자긴 파라과이가 진짜 좋다면서 거길 가보라고 했다. 도대체 뭔 상관인지...
게이트를 통과하고, 조금 기다린 후에 비행기에 탑승하고 제주도로 왔다. 공항에서 카드 지갑 잃어버렸는데, 알고 보니 가방에 넣은 것이었다. 잃어버린 거면 공항에서 맡아주고 있겠지 와 같은 안일한 생각으로 일단 제주도로 출발한 나. 대책이 없는 것 같지만 진짜로 그런 마음으로 떠났다. 제주도에 내리니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났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차를 렌트하지 않는다.
D+0
처음 내 계획은 내려서 가장 제주스러운 것부터 하잔 것이었다. 그래서 고기 국수를 먹으려 했었다. 공항에서 가까운 고기 국숫집을 찾아놓고,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 밖으로 나가는데 아니 버스가 너무 자비 없이 정거장을 지나쳐가는 게 아닌가.... 난 결국 다음 정거장에 일단 내려서 계획을 수정하고자 했다..
처음 단추부터 맞지 않으니까 웃음부터 나왔다. 이래야 내 여행 답지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P와 J가 반반인 내가 아니라, 완전히 P로 살아보자고 마인드를 고쳐잡고 가장 가까운 음식점으로 향했다.
공항동 뚝배기

전복 해물뚝배기로 스타트를 끊게 됐는데, 내가 느낀 이 식당은 서울 사람이 제주에 멀티를 차린 느낌? 제주도스럽다기보단 그냥 너무 다 아는 맛이기도 하고.. 국물은 그냥 꽃게탕 같은 느낌. 적당히 요기하기엔 괜찮을지 모르겠고 맛은 별로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다음 내 행선지인 크리스마스 박물관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는데, 승차해서 도민들 오가는 말을 듣고 있자니 제주도 사투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차 없이 여행하는 것도 이런 재미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정류장이 덩그러니 도로에 꼽혀(?) 있기도 해서 적잖이 당황도 했다
바이나흐튼 크리스마스 박물관


크리스마스 박물관엔 진짜 뭐 특별한 게 없어서 너무 당황했다. 박물관이라고 하여서 역사나 관련 자료, 물건 따위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고 그냥 인터넷에서 다 살수 있을만한 것들이 잔뜩 모여있다. 이런 장소가 흔하진 않으니... 박물관이라고 해도 되나... 여기서 리스 만들기 같은 체험코스가 많이 있는데, 그런 걸 하면 괜찮을 것 같다. 다만 나 같은 구경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은 딱히 할만한 게 없었다. 나는 과장 좀 해서 2분 정도 체류하고 박물관을 떠나 소인국 테마파크로 향했다
소인국 테마파크




소인국 테마파크는 거대한 디오라마 전시장 같은 느낌인데 공원도 꽤 크게 되어있고 사진 스팟도 많았다. 모형의 퀄리티가 하나같이 매우 뛰어나서, 감탄을 하기도 했다. 대개 1/25 정도의 축척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데 자금성의 엄청난 크기에 깜짝 놀랐던 것 같다. 지린다 지려. 소인국테마파크 매표소 건물에는 또 하나의 굉장한 것이 있는데.. 피규어 전시장이 있다
중고 피규어 전시관

엘레베이터를 타면서도 이게 맞나... 싶었는데 제주에 와서 나는 큰 P가 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가보기로 했다. 사실, 그냥 피규어 전시회도 아니고 중고피규어라고 하니 더 궁금했던 것 같다. 어느 정도로 보존되어 있는지도 궁금했고 뭐가 있을지도 궁금했고...



전시장엔 꽤 많은 피규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똑같은 제품도 많았는데, 도색이 살짝 벗겨진 건 더 저렴한다든지 하는 말 그대로 중고시장 느낌으로 전시가 되어 있었다. 구석에는 피규어를 수리(?)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책상도 있어서 재밌어서 한 컷 찍어보았다. 피규어를 말 그대로 전시할 목적으로 사는 거라면 이런 피규어를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원가가 얼마인지 궁금했지만 당연히 명시되어 있진 않았고, 따로 피규어를 구매하진 않았다 (진짜임)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까지 가는 길에 식당가를 지나쳤는데 (아랑 조을 거리) 제주 로컬로 보이는 식당은 의외로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몸국 같은 건 찾기 어려웠고 서울에서 볼만한 느낌의 간판이 많았달까? 그래서 식당은 많이 알아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숙소는 마치 작은 원룸을 빌린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내 생각보다 더 깔끔해서 놀랐다. 의자가 좀 부실한 게 맘에 걸렸는데... 최대한 의자에는 앉지 말자고 생각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다가 제주에 왔는데 그냥 밤을 보내기엔 아깝고 저녁식사도 해야 했기에 무작정 길을 나섰다. 나가면서 지도를 보니 천지연 폭포가 보였고, 옛날엔 가족과 다녀왔던 곳인데 지금도 갈 수 있나? 싶어서 알아보지도 않고 걷기 시작했다. 들어갈 수 없다면 그거대로 제주도의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걷기 시작했고 다행히 천지연 폭포 공원엔 입장할 수 있었다. (겨울은 겨울인지 18시쯤 되면 어둑어둑했다)
천지연 폭포


밤에 방문한 천지연 폭포
어렸을 적, 그리고 가족 모두와 같이 방문했을 땐 자연경관이 뭐 어떻다고 이런 델 다니나, 빨리 집에 가서 게임이나 하고 싶다 이런 여행 너무 싫다. 이런 생각이었지만 이젠 온전히 나의 의지로 혼자, 그리고 사람도 많이 없는 밤에 폭포를 보고 있자니 자연이 너무나 웅장해 보이고 대단해 보였다. 소리도 어찌나 우렁찬지 영상이 다 못 담을 정도. 이게 진짜 자연이구나 하면서 감탄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론 낮보단 밤에 보는 게 두 배쯤 더 멋있는 것 같다
천지연 폭포 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려는데 뭘 먹을까 심히 고민되었다. 바로 회를 먹을까 싶기도 했지만 배가 많이 고팠기에 든든하게 고기류를 먹기로 정하고 찾아봤으나 웬만한 데가 문을 다 닫아서 겨우 '고기가 땡긴다'라는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식당에 들어가자 고기는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고 안내해 주셨는데 내가 2인분도 못 먹게 생겼나? 살 빠졌나? 하는 생각을 잠깐하고 먹을 수 있다 대답하고 입장했다
고기가 땡긴다

2인분을 시켰는데 세 덩어리가 나와서 당황했다. 그래도 두께가 있으니 배가 부르겠지.. 하면서 고기를 굽기 시작했고, 한라산도 한 병 주문했다. 이때 아주 큰걸 배웠는데 도민들은 한라산이라고 말 안 하고 21도 혹은 15도 주세요 이렇게 주문을 하는 것이었다. 그 이후 나는 모든 여행에서 술을 주문할 때 21도 한병 주세요. 라고 하게 된다.

나는 많이 굶주려 있었기 때문에 고기 2인분을 추가로 주문했고 냉면도 하나 주문해서 식사를 마쳤다. 사장님이 정말 친절하셨고, 이날 소주 2병을 시키고 다 못 마셔서 혹시 남은 술을 가져가도 되냐고 하는 물음에 흔쾌히 술이 아주 세다며, 흔쾌히 가져가라고 해주셨다. 또한 멜 젓을 찍어 먹는 법도 알려주셨는데, 젓갈의 간이 아주 세지 않기 때문에 고기를 푹 담가 먹어도 되나 마늘, 고추를 송송 썰어 넣고, 소주를 살짝 따라 졸여내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 나는 사장님이 알려주신 대로 멜 젓을 푹 졸인 다음에 짭짤한 상태로 살짝 찍어 먹는 게 아주 맛있었다.
한라산 21도의 힘은 꽤 강력해서, 한 병하고 조금 먹은 나는 좀 취하는 걸 느껴 숙소로 돌아갈 때 편의점에서 양말을 몇 켤레 사고, 숙소에 가서 씻지도 못한 채 잠들었다. 몸은 아주 고됐지만 행복만 마음으로 잠에 들었던 것 같다. 다만 무계획 여행인 만큼 내일은 도대체 뭘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을 1g 정도 하고 말이다.